[여의도풍향계] 최장 125일 국회 '스톱'…원구성 협상 이번에는
[앵커]
21대 국회가 어제부로 시작됐습니다.
국회 운영을 위해선 국회를 새롭게 이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우선 꾸려야 하는데요.
공히 '일하는 국회'를 약속한 여야, 과연 이번에는 법정 시한 내에 원구성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요.
박현우 기자가 이번주 여의도 풍향계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국회가 새롭게 시작하는 이맘때 쯤이면 여의도 정가를 달구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원구성'이라는 단어입니다.
국회를 뜻하는 원이라는 단어에 구성이라는 단어가 붙은 합성어인데, 말 그대로 국회를 구성한다는 의미입니다.
크게는 국회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본회의를 진행하는 의장단과 각 분야별로 분과를 나눠 법안을 발의·심사하는 역할을 하는 상임위원회를 꾸리는 작업을 일컫습니다.
12대 국회까지는 여당이 절대 다수당이었고, 상임위원장도 독식하는 구조였습니다.
이후 절대 다수당이 없었던 13대부터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여야 합의 아래 의장단과 상임위를 꾸리는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대체로 의석수에 따라 의장은 1당 몫, 부의장은 그 외 교섭단체 몫으로 나눴고, 상임위원장도 의석수에 따라 배분해왔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과 통합당은 177석과 103석을 확보했습니다.
이를 반영해 관례에 따라 총 18개의 상임위원장직을 나누면 얼추 민주당에는 11 자리, 통합당에는 7자리가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통합당은 이를 바탕으로 7개 상임위의 위원장직을 가져가겠다는 계산인데, 민주당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절대적이고 안정적인 다수 의석이 확보된 경우에는, 다수당이 국회 운영을 책임지기 위해서 의장과 상임위원장을 모두 맡는 것이…"
여야 협상의 결과에 따라 상임위원장직을 배분한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본회의 표결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177석, 힘의 논리로 18개 상임위원장직 모두를 취할 수도 있다며 압박하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인지, 협상용 '강공'인지 그 진의는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민주당 입장에선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할 경우 후폭풍도 고려하지 않을 순 없습니다.
21대 국회 시작부터 '의회 권력 독점', '협치 포기' 등 꼬리표가 붙는다는 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는 겁니다.
통합당도, 바로 그 지점을 파고 들고 있습니다.
"(민주당에서 전체상임위원장을 여당이 가져가야 한다고…)국회 없애라고 하죠 뭐, 민주당 보고 다 채우라고 하죠. 입장이 바뀌었다고 다 할 것 같으면 국회가 무엇 때문에 필요합니까.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게 더 먼저지…"
여야의 이같은 '강대강' 대치의 핵심은 결국은 법사위와 예결위 '절대 사수' 방침에 따른 것입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3차 추경 등 신속한 예산안 처리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법안 처리를 위해 두 상임위를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국회의 행정부 견제는 법사위가 아니라 부처별 소관 상임위를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잘못된 관행을 이용해서 견제하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합니다"
반면 통합당은 의석수 등을 고려했을 때, 두 상임위가 민주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견제 장치라며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현재 미래통합당의 상임위 배분안은 여당이 과거 야당이던 시절에도 행정부를 감시·견제하는 의회의 역할 견지를 위해 동일하게 요구했던 안건들입니다"
국회법에 따르면 개원 뒤 7일째에 의장단을 뽑아야 하고, 그로부터 사흘 안에 상임위원장을 선출해서 원구성을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주말 등 일정을 고려했을 때 다음달 5일에는 첫 본회의를, 8일 안에는 상임위원장 구성까지 마무리 지어야 하는 건데요.
현재로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이라, 법정 시한 내에 원구성을 모두 마무리 짓는 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고개를 드는 상황입니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13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원구성에 걸린 시간은 평균 41.4일이었습니다.
가장 최근인 20대 국회 전반기, 1994년 법정 시한이 생긴 이후 가장 이른 시일인 14일만에 원구성을 마무리 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이를 포함해 원구성은 법정 시한을 훌쩍 넘겨 마무리되기 일쑤였습니다.
심지어, 14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은 125일이나 걸리기도 했습니다.
넉달 가까이 '업무 개시'도 하지 못한 셈인데, 일은 하지 않으면서 국민 혈세로 지급되는 세비는 꼬박꼬박 받아 챙겼다는 거센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그나마 이번에는 일찌감치 의장단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라, 상임위 배분 문제만 정리되면 법정 기한 내에 원구성이 마무리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일각에선 나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과, 최악이었던 20대 국회에서 미뤄둔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그 어느때보다 '일하는 국회'가 절실한 때인데요,
싸우더라도, 지킬 건 지키고, 할 일은 하면서 싸우는 21대 국회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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